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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 엠마 게이트우드, BPL(BackPavkingLight)의 시조

한판떼기 생활과 윤리 2023. 1. 23. 23:43

엠마 게이트우드(Emma Rowena Gatewood)
엠마 게이트우드(Emma Rowena Gatewood)

 
‘애팔래치아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며,
BPL(BackPavkingLight)의 시조,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의 선구자라 불린다.
배낭의 무게를 9kg이하로 준비하여 3,500km의 도보여행에 성공한 '엠마 게이트우드' 할머니
 
1955년, 그녀가 67세 되던 해에 3489km 달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여성최초로 도보로 주파한 주인공이다.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서 북부 메인주에 걸친 긴 능선-한국의 백두대간보다 5배나 길다)
2년뒤 그녀는 다시 아팔라치안 트레일 전구간을 역시 단독으로 종주했다.
그 다음 5년간 구간종주를 통해 다시 세번째로 종주를 완료했다.
 
1955년 5월 어느 봄날, 예순일곱 살의 엠마 게이트우드가
가족들에게 “어디 좀 다녀올게”라는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길을 나선다.
 
옷가지와 먹을거리, 반창고 든 자루 하나와 200달러의 여비뿐이었다.
1950년대 당시엔 아웃도어 장비라는 것도 없었다.
갖고 나선 자루에 든 것은 약간의 먹을거리와 반창고, 옷가지가 전부였다.
 
그녀는 등산화를 신지않고 고무창 운동화를 신고 걸었다.
비싼 파카를 입지않고 우의를 입었고 필요할 땐 이것을 깔개로 사용했다.
무거운 텐트를 휴대하는 대신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소나기대피용 보호막을 갖고 다녔다.
침낭 대신에 군용담요를 사용했다.
나머지 장비는 스웨터, 웃도리, 플래쉬, 스위스 아미 나이프, 작은 냄비, 구급약, 안전핀, 바늘과 실, 비누 그리고 타월 한장이 전부였다.
실제로 또 그녀는 배낭조차 사용하지 않았으며 손으로 만든 자루하나를 한쪽 어깨에 매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했다.
 
엠마 게이트우드가 떠난 곳은 놀랍게도 캐터딘 산 정상이다.
총 길이 3,300킬로미터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으며 캐터딘 산 정상을 향했다.
 
그녀가 마주한 애팔래치아는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잘못된 표지판, 방치된 쉼터, 정비되지 않은 길 등 트레일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밤이면 고슴도치와 같이 잠을 자거나 들개의 기척을 느끼며 뒤척이는 날도 있었다.
침낭도 없이 한뎃잠을 잘 때는 불에 달군 돌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리를 노리는 방울뱀을 지팡이로 내리친 날에는 숨을 몰아쉴 때마다 갈비뼈가 벌렁거렸다.
안경은 부서지고 무릎은 쑤셨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재난의 해로 기록된 1955년의 허리케인도 엠마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산에서 만난 두 젊은이와 함께 물이 불어난 12m 협곡을 건넜다.
가장 큰 문제는 발길에 차이는 수많은 돌이었다.
그래도 걸었고, 웅덩이를 만나면 옷을 빨았다. 졸다가 깨기를 반복하면서 또 걸었다.
엠마는 15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거센 비바람을 헤치고 비틀대며 걸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게이트우드는 하루 20킬로미터씩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밤늦게 발견한 집에서 하룻밤 재워 달라 부탁했더니,
집 주인 아내는 허락하려했지만 남편은 할머니 사연을 듣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엠마는 마침내 길을 떠난 지 146일째 되는 날, 종착지인 캐터딘 산 정상에 다다른다.
그녀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전체를 혼자 걸어서 한 번에 완주한 첫 번째 여성이 되었으며,
남녀 통틀어 이 길을 세 차례나 완주한 첫 번째 사람이 되었다.
엠마가 세상을 떠난 지 43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게이트우드 할머니’, 도보여행자들의 전설 ‘애팔래치아의 여왕’으로 마음속에 살아 있다.
 
엠마는 왜 길고 험한 여정을 떠난 것일까?
 
엠마는 35년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열한 명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였다.
그녀의 남편은 지역 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운 엘리트였으나 집에서는 끔찍한 폭력을 일삼았다.
성적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농장을 일구고 살림을 꾸리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엠마는 홀로 숲으로 가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며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쉰네 살 되던 해 법정에서 이혼 판결을 받아내 자유를 찾고
아이들도 다 장성한 노년의 어느 날, 애팔래치아를 향해 길을 떠난다.
병원 대기실에서 본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사도 그녀에게 용기를 줬다.
지평선 너머로 캐나다를 바라보며 캐터딘 산으로부터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그렇게 해서 저 멀리 애틀랜타의 불빛들을 호령하는 오글소프 산까지 도착한다.
 
이 같은 엠마 게이트우드의 삶과 정신을 재조명하고 싶었던 저자 벤 몽고메리는 책 한 권을 펴냈다.

 

 
그녀의 믿기 어려운 성공에는 오늘날 우리가 갖고 다니는 산행장비중에 정말로 필수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케 해주는 점이 있다.
경량화만을 목표로한 무게줄이기가 아니라,
걷기에 더 충실하고 자연에 더 가깝게 가기위한 수단으로서 장비를 경량화 하는 것이 진정한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 이다.
 
작금 국내에 만연한 화려하고, 과도하게 비싸고, 브랜드만 따지는 등산화, 등산복, 캠핑장비....들은
혹 우리들을 자연과 함께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연으로부터 영영 소외시키고 있는것은 아닌지 
이 할머니의 선구적인 발걸음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다.
 
자연과 함께 하고자 한다면 속세의 거품은 다 걷어버리고, 진정 자연에 가까와 지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 걷기라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인간은 참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 콜린 플레처 -
 
"가볍게 하고 가라. 가벼울수록 좋다. 건강과 편안함과 재미를 위하여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가라."
-네스묵(유명한 아웃도어맨 조지 시어즈의 필명)